클리어한 지는 좀 되었는데 여유가 없어서 감상을 안 쓰고 있었습니다만 어쨌거나 감상.
설마 하니 제가 key사 게임을 사게 되는 굴욕을 겪을 줄은 몰랐는데, 어쨌거나 그렇게 되었습니다. 일단 게임에 대해 정보가 공개되었을 때 제 첫인상은, 오오 왠지 컨셉트는 마음에 드는데? 정도. 이전에도 몇 번 언급했던 거 같은데, 전 학교에서 어떤 모임이나 학생회나… 뭐 아무튼 그런 여러 명이서 사건을 일으키고, 해결하고 그런 컨셉트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뚜껑을 열어보니…
(이하 내용들은 스포일러 반전. 이지만서도 솔직히 중요한 네타랑 별로 안 중요한 네타를 혼재해서 가려놨습니다. 예전처럼 뭉뚱그려서 반전하는 게 아니라 요즘 유행인 떡밥 던지는 방식으로 한 번 일부만 반전해봤음. 왠지 보는 사람은 아무래도 좋을 거 같지만.)
1. 공통루트
애초에 이런 바보같은 학교 생활~ 이나 매일매일이 소동과 즐거움의 연속~ 이라는 건 저에게는 일종의 이상향 같은 거라서 말이죠. 영원히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노스텔지어라고 해야되나. 사람에 따라서는 재미없다는 사람도 있고 길어서 지겹다는 사람도 있던데, 일단 제 개인적으로는 이야기 전개나 텐션이 스트라이크였기 때문에 굿굿.
그리고 시나리오 중간중간에 보이는 무진장 호모~ 호모~ 스러운 네타들이 좀-_-; 이젠 노골적으로 노리는 거냐 키…. 라는 생각이. 특히 대놓고 BL 취미인 미오나 '야라나이카' 네타나 중간중간 "그건 나와 쿄스케의 마음이 통해서 그런 거니까~" "리키, 사랑하고 있어." 등등의 노렸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 대사라든가……. 저야 가벼운 호모 네타는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사람이지만, 이런 거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좀 고역이었을 듯. 솔직히 말해서 올클리어한 지금, 진지하게 이 게임은 걸게임이 아니라 보이게임이라고 생각될 지경인데요….
2. 개별 루트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하를 볼 것이다.
…….
아니… 이건 좀 심하지 않습니까; 게임 구조 상 전 여캐들의 엔딩을 봐야만 진엔딩을 볼 수 있는 구조인데 개별 루트가 이 모양이면 어쩌자는 거죠-_-; 어쨌거나 전작들은 '기적을 믿으세요. 믿으면 구원 받습니다' 아우라만 아니면, 개별 히로인 루트는 봐줄만 했거든요. 요는, 순간의 감동과 연출로 얼마나 개연성 없음이나 시나리오의 당황스러움을 덮어줄 수 있느냐의 문제겠지요. 어차피 정말 잘 쓴 시나리오가 아니면 어쨌거나 빈틈은 보이는 것이고. 근데 이 개별 루트들은 정말 수준 이하였습니다. 특히나, 야겜 및 각종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이 범람하는 요즘은 수준이 많이 향상되었기 때문에 여간 잘 쓴 시나리오 아니면 쳐주지도 않잖아요. 게다가 하나도 남김없이 전부 수준 이하야!; 이거 좀 너무하지 않나요. 개별 시나리오는 신인 시나리오 라이터들이 썼다고 알고 있는데, 마에다 준이 시나리오에서 손 뗀 이 이후 대체 Key 는 어쩔 셈인지 대책이 안 섬….
이하는 각 캐릭터 루트 감상 및 캐릭터 감상.
- 가미키타 코마리
초딩1. 패키지 그림에도 린과 나란히 나와있어 나름대로 메인 히로인다운 품격을 보여주리라 기대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이건 아니잖아…. 였습니다. …일단 캐릭터 자체가 정말 취향이 아니었어서 말이죠. 일단 말투 어눌하고 대체 뭘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점으로 따지면 훌륭한 키제 히로인이긴 합니다만……
시나리오는……. 요즘 유행하는 눈이 맛간 히로인. 오빠가 죽은 것 때문에 그게 마음의 상처로 남아 오빠가 존재했다는 사실 자체를 자기 마음 속에서 말살시킨 건데…. 나중에 동화책 운운하며 주인공이 동화책 만들어줄 때 전 정말 ??? 했습니다. 그럴 시간에 한시라도 빨리 정신병원에 데려가란 말이야-_-;;; 라는 기분. 마치 카캡 사쿠라 맨 끝에서 샤오란에 대한 마음을 깨달은 사쿠라가 당장 샤오란한테 달려갈 생각은 안 하고 곰인형 만드는 걸 볼 때의 심정이었음….
엔딩에서도 저걸로 괜찮은 거냐… 싶었습니다. 아니, 그렇게 따지면 다른 애들도 사실….
올클리어를 하고 보니, 코마리 루트는 성장하지 않았을 때의 린의 미래를 상징한다… 싶더군요. 좀 직접적인 떡밥이었지만 할 당시에는 그 생각을 못 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렇던.
- 사이구사 하루카
초딩2. 이름 한자가 ??? 해서 만날 읽을 때마다 헷갈립니다. 처음엔 사에구사인 줄 알았음;;;
돌풍을 일으키며 여기저기 민폐를 끼치는 트러블메이커. 이런 캐릭터 워낙에 싫어하는지라, 루트 들어갈 때도 고역이었습니다. 아니 물론 자각없이 민폐 끼치는 게 가장 싫지만, 이렇게 민폐라는 거 자각하면서도 민폐 끼치는 타입도 질색이에요; 자각을 하면 고쳐-_- 물론 그렇게밖에 자신이라는 존재를 어필할 수 없는 쓸쓸한 존재~ 라며 동정론을 가져오면, 전 남에게 민폐 끼치는 인간에게 나눠줄 동정 따위 없다고 답하겠습니다. …아 나 왜 이렇게 삭막해졌지 ㅠㅠ
루트 자체는 어떤 의미에서 개별 히로인들 중에서 최고 판타지. 아스트랄. 아, 흔히 키게임에서 쓰이는 그 "판타지 요소"는 없습니다만, 이럴 거면 차라리 판타지를 끌어와라… 싶은 기분이었습니다. 애초에 설정 자체가 ???? 한 데다가 ('나는 여동생을 사랑한다'에서 나와서 뿜었던 아버지만 다른 쌍둥이 설정부터 시작해서…) 히로인 및 서브 히로인의 정신상태 및 감정상태를 따라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놓고 엔딩 부분에 졸 허무하게 "나도 힘들었어 ㅠㅠ" "ㅇㅇ ㅠㅠ" 이러고 모든 갈등이 해결되다니! 어, 어딨어 기적 네타!? 기적이 없으면 이게 말이 되는 전개냐!? -_-
게다가 얘네가 그 미친 집안에서 빠져나온 것도 아니고, 결론적으로는 자매 둘이 화해한 거 말고는 해결된 게 아무 것도 없는데 엔딩이 너무 행복해보여서 전 정말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나저나 키게임에서 어른들이 공기인 건 여전하군요…. 클라나드는 그나마 나았지만;
- 노미 쿠드랴프카
초딩3. 랄까 진초딩. 하는 짓은 개고, 이 게임 최고의 모에 여캐릭터. (라는 듯?;) 그리고 이 게임 최고의 지뢰 시나리오. 사람에 따라서는 "올클리어하고나면 다 이해되는 훌륭한 시나리오입니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없진 않은 모양인데, 애초에 올클리어할 때까지 복선이 기억에 남아있지도 않습니다요. 우주로 흘러가는 시나리오에 감동한 나머지 다른 건 다 까먹습니다요. …….
애초에 너무 전개가 뜬금없어서 따라가지 못한 채 어? 어? 어?? 하다가 엔딩인지라…. 전 아직도 잘 이해 못 하겠어요; 올클리어한 지금 이해할 수 있으려나? 싶지만 다시 플레이할 의욕 따위 0.
- 쿠루가야 유이코
누님이지만 같은 반. 일단 캐릭터 자체는 클라나드의 토모요 풍?; 통칭 슴가 누님. 취향이 아저씨스럽고 주인공이나 주위 여자애들을 놀려먹으면서 쾌감을 느끼는 천생 S 여왕님. 어찌 보면 쿄스케와 좋은 대극이 될…… 수도 있으리라 저는 기대했지만 루트를 들어가 보니 역시 쿄스케의 카리스마에 미치기에는 모자라더군요.
그리고 이쪽은 대놓고 판타지 네타. 올클리어하고 보니 진엔딩을 위한 포석에 지나지 않았다는 느낌. 다만 둘이 사귀는 과정은 (리틀 버스터즈 오리지널 멤버가 활약해서 그런지) 즐겁고 좋았습니다.
둘이 딱 사귈 때까지가 텐션이고 전개고 뭐고 좋았음. …근데 그 뒤 전개가….
- 니시조노 미오
동인녀. …캐릭터에 대해서는 이거 말고 달리 할 말이 없네요. 홈즈X왓슨에 하아하아거리며 주인공과 쿄스케를 묶어 망상을 풀 전개하는 문학소녀 풍 동인녀.
시나리오는 유이코와는 또 다른 우주를 느끼게 해주는데, 일단 주제 자체는 좋았습니다. 주제 자체는 좋은데 그 진행이……. 결론적으로는 코마리, 하루카에 이은 미친년 3연타를 느끼게 하는 이 무서움이라니…. 히로인의 3/5가 정신병자라는 건 여러 가지로 어버버했습니다. 역시 스쿨데이즈가 잘못이야. 요즘 야겜들은 왜 이리 히로인이 정신 부서진 게 기본 옵션이지….
결국 개별 루트가 하나 같이 이 모양이니, 그나마 -100에서 -20으로 끌어올린 호감도가 다시 -120으로 떨어졌다는 겁니다-_-;
3. 린 루트
그리고 개별 루트를 다 본 후에야 열리는 린 엔딩을 겨우겨우…. 솔직히 개별 루트를 보고나서 정말 질리고 지루해서 플레이 의욕이 정말 많이 꺾였는데, 지금까지 투자한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오기로 진행했습니다. 이거 보고 나서도 별 볼 일 없으면 미련없이 그만 두자 하고.
그런데 이쪽이 정말 의외로… 전개가…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이런 전개가 ??? 해서 던져버릴 사람도 없잖아 많을 것 같습니다만, 저는 옛 시절이 생각나서 그냥 넘길 수가 없었습니다.
어디까지나 웃으면서 친구들의 보호를 받으며 놀고 있을 수만은 없잖아요. 공통 루트 때부터 린을 보며 생각했던 건, "저런 성격을 가져서야 사회생활 어떻게 할 생각인가"였습니다. 그런데 린 루트에서는 제가 마음 속으로 가지고 있던 그런 우려를 표면으로 터뜨려 버리고, 주인공과 린을 극으로 몰고가고, 거기에 더해 둘이 현실에서 도피해버린 다음 와장창 부서져버리는 그런 전개였습니다.
특히 도피한 후의 전개가 정말 독약을 들이키는 느낌. 그 심정 잘 알죠. 어디까지고 그냥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도망쳤는데 뒤에서 현실은 닥쳐옵니다. 어쨌거나 뭔가를 먹어야 하고 생활을 해나가려면 돈이 필요해요. 그런데 아직 성인도 아니고 지병도 있는 자신은 너무나 무력하고 별것 아닌 존재입니다. 그 가슴 답답하고 괴로운 심정이… 옛날이 떠올라서, 정말 뭐라고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서 린은 아무것도 안 하고 고양이나 데려와서 놀고 앉았고. 이 둘이 얼마나 무력하고 철이 없고 약한지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루트였달까요….
결국 엔딩도 부서진 채로 끝나버리니, 이건 진엔딩 루트 보지 말래도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_-;
4. 리플레인
근데 이쪽은 그나마 용서가 되었던 게, 위에서 언급했듯이 "순간의 감동과 연출빨로 그 미숙함을 덮을 수 있느냐"의 문제에서 전자가 우세했다는 거.
이 이야기는 어쨌거나 해피엔딩이었으면 하고 바랐고, 그랬기 때문에 뻔한 억지 기적이라도 납득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건 어찌 보면 클라나드에서도 나왔던 노선인데요. (나기사 & 우시오 사망으로 플레이어를 극한으로 밀어넣은 다음 기적의 힘을 모아 해피엔딩~☆)
그래도 이번작에 엔딩까지 보고 끄덕여줄 수 있었던 건, 그 무진장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적이라는 놈을 아무 설명 없이 얼버무리는 게 아니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줬던 점. 어쨌거나 캐릭터들이 노력해왔다는 게 피부로 느껴졌다는 점. 그리고 캐릭터들이 더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이려나요.
워낙 개별 루트에서 -120까지 깎아먹었기 때문에 높은 평가를 못 해주겠습니다만 (애초에 끝이 좋다고 모든 게 좋은 게 아니잖아요. 실제로 끝까지 가기 전에 GG 친 사람도 많은 듯하고.) 그래도 이 게임이 리틀 버스터즈 일당들이 크고 작은 사건을 일으키며 힘차게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라고 되돌아볼 수 있는 정도는 되었습니다.
- 나오에 리키
지금까지의 키게임 주인공스럽지 않은 앤데, 아방한 외모에 기도 약해보이지만 의외로 쯧코미 캐릭터. 주위 애들이 다 보케만 하고 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귀결이지만……. 이 게임에서 가장 많이 성장하는 캐릭터기도 하고, 의외로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그 목소리는…………. 아무리 여자 같이 생겼다지만 굳이 여자 성우가 목소리를 할 건 없지 않았나 싶은데요….
- 나츠메 린
사회생활 어떻게 할까 걱정되는 소녀. 원래 성격도 그렇지만 너무 오빠를 비롯한 리틀 버스터즈 일행들의 보호 속에 자라오다 보니 더 안 좋게 발전한 것 같습니다. 보통 이런 현실감각 없는 캐릭터 짜증내는데, 린은 왠지 그런 마음은 안 들더군요. ('.') 이모티콘은 계속 기억에 남을 듯.
그런데 결론적으로, 어느 정도는 성장했지만 극적인 성장은 이루지 못 한 거네요, 린. 그 부근이 현실적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만. 그리고 에필로그를 보면 열린 엔딩이라; 딱히 린이 진히로인이라고 보기도 뭐 하고. 다른 히로인에 대한 가능성을 죽이지 않으려는 의도겠습니다만; 다른 히로인 개털 취급인 주제에 이제 와서 그래봤자-_-
- 이노하라 마사토
근육 근육! 근육 근육! 근육 네타로 시작해 근육 네타로 끝나고, 무려 전용 엔딩까지 마련되어 있는 최강의 캐릭터. 재미의 의미로도 이 캐릭터가 없으면 버틸 수 없었고, 이야기적인 구조로도 이 캐릭터가 없었으면 리틀 버스터즈는 버틸 수 없었을 겁니다. 바보라 다행이고, 바보인 게 좋습니다. 게임 내에서도 나오는 표현이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바보. 단순히 게임의 재미를 위해 캐릭터 설정을 이렇게 바보로 둔 건가 했는데, 의외로 이야기 핵심이랑 닿아있어서 깜짝.
- 미야자와 켄고
리틀 버스터즈 오리지널 멤버 중에서는 가장 임펙트가 떨어지고 아마 인기도 없을 캐릭터 아닌가 싶기도 한데…. 심정적으로는 가~장 저와 접한 캐릭터였습니다. 이야기적 위치에서, 마사토가 중립을 지키며 이 만들어진 세계의 일상을 유지하고 있었다면, 켄고는 끊임없이 이 세계 속에서 도피하며 영원히 아픔을 모르고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고 생각했고, 쿄스케는 괴롭더라도 언젠가 현실로 나가 아픔을 극복해야 된다고 생각한 거니까요.
영원히 꿈 속에서 살며, 현실의 나는 누군가가 가져가 줬으면 하고 바랐던 시기가, 저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비교적 묘사가 부족한 편이었지만) 켄고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거든요. 만약 그런 심정의 시기에 이 게임을 플레이했다면, 쿄스케가 퍽 미웠을 거 같아요. '밤이 온다!'의 경우도 그래서 엔딩이 마음에 안 들었던 케이스거든요. 하지만 지금이라면 다를 것도 같습니다. 아하하.
꿈은 어디까지나 꿈. 내 두 발로 걸어가야 하는 곳은 이쪽의 현실이니까.
- 나츠메 쿄스케
진히로인. 이게 가장 적합한 표현이고… 그 외에 타고난 리더, 카리스마, 반칙 캐릭터, 최종보스, 흑막, 키사 게임 최고의 매력남, 애인으로 두고싶진 않지만 이런 악우 하나 있으면 평생이 즐거울 것 같다, 멋지고 중요한 장면은 히로인이 아니라 이 녀석이 다 가져가더라, 멋진 것뿐만 아니라 모에하다니 미친 거 아냐 등등.
먼치킨 캐릭터인 주제에 결코 완벽하지 않다는 점을 붙인 게 완벽해요. 이런 캐릭터 메이킹은 반칙! 동경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잖아요; 걸게임 주제에 인기투표하면 이 녀석이 1위 할 거란 거에 1000원 걸 수 있습니다. (쪼잔)
5. 그 외 덧붙이고 싶은 것
이 게임의 히로인 취급이 정말 너무합니다; 이게 어디가 걸게임이야. 특히 리플레인 쪽은 정말 히로인들이 공기 & 개털. 그나마 나와주는 게 코마리지만 솔직히 그쪽도 형식적이고….
캐릭터들 매력도 리틀버스터즈 오리지널 5인방이 너무 강렬한 나머지 다른 여자애들은 너무 묻히고; 비주얼 팬북 보니까 잡지나 그런 데 실린 일러스트 보면 히로인들이 한껏 벗어주며 아슬아슬하게 야겜스러운 떡밥으로 유혹하고 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뜨거운 우정 어드벤쳐였다는 결론.
…우정 어드벤쳐랄까 호모 어드벤쳐? 농담 제치고, 이 게임 진히로인 쿄스케입니다. 랄까 걸게임으로 만들 거였으면 쿄스케 캐릭터를 여자로 만들었어야죠…………. 뭐 작정하고 떡밥을 뿌려대긴 합니다만. "지금 당장이라도 저 품에 안겨들어서 잘했다고 쓰다듬어줬으면 좋겠어 ㅠㅠ" "나는 쿄스케를 좋아하니까…!", 다른 애들 없어질 때는 그냥 평범한 반응이더니 쿄스케 없어질 때는 슬픔을 온몸으로 표현, 에필로그에서 다른 애들은 떨거지고 쿄스케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 최종 CG는 쿄스케 단독컷, 출연 캐릭터들 회상할 때는 어쩐지 쿄스케만 맨 끝에 단독 취급이고……… 진히로인 맞잖아; 키 고백해; 랄까 포지션 상으로 봐도 어딜 보나 히로인이잖; 솔직히 리플레인, 린도 은근히 개털 취급이었고. 이건 좀 다른 이야기인데 잠깐 언급하자면, 솔직히 리플레인 시작 부근에 엄청나게 상태가 심각하던 린이 너무 빠르게 회복해서 뜬금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이 게임 최고의 감동 부분? 이라고 할 수 있는 친구들과 이별 신에서 린만 혼자 붕 떠 있는 것도 그랬구요-_-; ("뭔진 잘 모르겠지만 던지면 돼?" 부분 같은 거 좀 맥 빠졌음;)
메인 히로인들보다 더 매력적인 건 우리 사사사사사사사미(..?) 대놓고 악역 히로인스러운 주제에 은근히 귀여운 점이 굿잡. 본명은 사사세가와 사사미지만 워낙 이름이 발음하기 힘들다보니 바리에이션이 다양합니다.
다들 만족해하는 미니게임은… 저는 기본적으로 미니게임 쥐약인 사람이라 그냥 다 끄고 했습니다-_-; 일부에서는 "이 게임의 1/3을 즐기지 못 한 거야…!"라고 할지 모르지만 애초에 잘 해야 즐기고 뭐고. 랜덤 요소가 강한 랭킹제 격투는… 처음엔 재밌었는데 나중엔 시나리오 진행하는데 오히려 방해가 되어서 꺼버렸고.
일단 전 들인 시간과 돈큼의 만족은 얻었습니다. 솔직히 굳이 히로인들 엔딩 다 봐야 길이 열리게 하지 말고 공통 루트 - 린엔딩 - 리플레인만 보게 했어도 충분하지 않았나 생각. 이랄까 그쪽이 평가가 더 높았을 거 같다; 하지만 그러면 정말 히로인들이 개털 되긴 하는구나.
둘러보면 평이 굉장히 갈리는 편이고, 전작들에 비해서 못 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실질적으로 전체 완성도로 보면 이건 좀 너무하다 싶긴 해요. 특히 개별 히로인 루트의 뜬금없음은 뭐 변명할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엔딩까지 봤을 때는, 지금까지 키가 걸어왔던 "기적을 믿으세요. 믿으면 구원을 얻습니다." 노선이지만 가장 주제의식이 좋았고, 캐릭터가 좋았고, 소재가 좋았고, '지금의 제가'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ㅡ 가능하다면, 언제까지나 어린애인 채로 놀고있고 싶었고.
그냥 이곳에 머무른 채로 아무런 아픔도 느끼고 싶지 않았습니다.
괴로운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 몸뚱이를 버리고, 영원한 꿈 속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다고 소망한 날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곳에서 벗어나서 현실을 달리기 시작한 지금 되돌아보면, 결국 꿈에서는 깨어날 수밖에 없고 영원히 어린애인 채로 남아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제가 오래도록 고민해오고 결국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극복해낸 그 문제였기 때문에, 그 문제를 어설프나마 진지하게 다룬 이 게임이 더 좋게 느껴졌을지도요.
그렇기에 남에게 권하기는 좀 미묘합니다. 코드가 맞으면 뜬금없는 점도 그냥 넘어가줄 수 있지만, 안 그러면 제가 클라나드에 완전 거부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던 것처럼 짜증날 수도 있거든요.
이제 마에다 준도 시나리오 라이터로서는 은퇴하고, 키사 게임에서 이제 더 이상 코드가 맞는 게임은 나오지 않으리라 생각되니 더 이상 키사 게임을 할 일은 없겠지만서도.
즐거웠습니다. 미숙했던 예전을 되돌아보게 해줘서 고맙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살아나가겠습니다.
키빠 아니냐고 비아냥을 듣는다 해도, 그 감상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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